[세시봉호주공연후기] ‘세시봉과 친구들’ 그 훈훈한 감동과 편안함

        

 


2012년 호주시드니 세시봉 콘서트-송창식 사랑이야


  유난히도 통기타와 노래를 좋아했던 나는 어느 추운 날 대학로에서 몇 시간씩 기타를 쳐주던 남자한테 
  마음을 홀딱 빼앗겼다. 나를 만나기 위해 살아온 것 같은 이 남자랑 결혼하면 평생 나를 위해 기타를
  쳐줄 거란 착각도 했다.

  그리고 그 사랑 하나를 보듬고, 이뤘던 모든 것과 소중했던 사람들을 묻고, 낯설고 먼 땅으로 날아오는
  호주행 비행기를 탄 지 20년이 됐다. 그 멋진 남자는 남편이 된 후 한번도 나를 위해 기타를 쳐주지 않
  았다. 구석에 처박힌 통기타의 먼지를 가끔씩 닦으며 때론 우리의 인연을 이어준 것에 감사하고 때론
  이놈의 기타만 아니었다면 하는 애꿎은 원망도 한다.

  통기타가 밀려가던 시절부터 대중음악을 듣게 된 우리 세대에게 전설 같은 존재였던 세시봉 공연은 설
  레는 축제다. 오페라하우스에서의 통기타 음악은 과연 어떤 맛일까 기대하며 공연장을 찾았다. 첫 곡
  반주에서부터 내 마음은 녹아내려 보고 싶은 옛 친구도 없는데 갑자기 알 수 없는 무엇이 그리워 가슴
  이 아렸다.

  송창식이란 가창력 뛰어난 가수는 소름 돋는 열창을 보여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함춘호와의 두 대
  의 기타 연주는 오케스트라 못지 않은 다양한 칼라를 보여줘 그 커다란 콘서트홀의 공간이 무색할 만큼
  의 큰 감동을 주었다. 또한 송창식과 윤형주로 구성된 트윈폴리오는 단순한 듯하면서도 완벽한 화음으
  로 순수하고 깨끗한 소통(疏通)을 하는 듯 보였다. 어여쁜 동시 같은 노랫말과 통기타 반주는 마치 여백
  이 많은 깔끔한 수채화를 보는 듯 여유로웠다. 통기타 음악에는 다양한 최첨단 기기의 반주와 현란한 안
  무의 요즘 댄스 음악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훈훈한 감동과 편안함이 있다.

  젊은 날의 꿈이었을 음악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 노장 가수들은 행복해 보였고, 또한 남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저 나이 때 나는 ‘무엇을 즐기고 나눌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나에게도 예전에 꿈이 있었지’하는 아련함이 밀려왔다.

  친근한 입담에 웃고,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있으려니 30여년전 신청곡을 틀어주던 DJ가 있는 분식점에
  서 떡볶이를 먹으며 깔깔거리던 단발머리 소녀들이 떠올랐다. 오페라 아리아 ‘남몰래 흐르던 눈물’을 듣
  고 눈물이 났다고 했던 친구의 편지가 생각났다. 길가 레코드 가게에서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버
  스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음악이 끝날 때까지 서서 들었던, 부족했던 시절의 여유가 한 컷 한 컷 떠올
  랐다.

  어느 콘서트보다 좋았다며 생전 안하던 환호를 보내던 남편은 잠자리에 누워서까지 그 여운이 가시질
  않는지 어린 아이처럼 계속 말을 시킨다. 냉정하고 감정이 무딘 줄만 알았던 남편이 얼마 전 TV를 보다
  가 훌쩍이는 걸 보며 나는 ‘가장이란 책임감에 절제해왔던 아프고 슬픈 감정에 솔직해질 만큼 나이가 들
  고 약해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의 감동에 남편의 감성이 또 춤을 추나 보다.

  남편이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지 않듯 나 또한 남편을 위로하는 것에 능숙하지 못하다. ‘미안해’ ‘고
  마워’ ‘사랑해’ 이 세 마디면 모든 위로와 힘이 될 듯한데 그 말을 건네는 게 쑥스러운 것은 우리 부부만
  의 일일까?

  ‘고향은 땅이 아니라 추억’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늘 그리는 고향.

  그 어릴 적 고향의 아날로그적 추억을 나누듯 세시봉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었다. 사회자 이상벽 씨는
  하얀 돛단배들이 유유자적 바다에 떠 있는 좋은 곳에 살아 여러분들은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하얀 돛단
  배를 바라볼 여유조차 없이 하루하루 바쁘게만 살아 온 이민 1세대들인 우리가 오페라하우스에서 한달
  에 아니 일년에 한 번만이라도 모든 걸 내려 놓을 수 있는 마음의 사치를 누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
  다. 더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가슴 후련한 바다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쉼표도 지
  킬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고든 거주 독자 Julie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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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팬더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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