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에 얽힌 추억 ‘세시봉과 나’]

09/02/2012
호주동아일보 발췌



세시봉 공연 홍보 행사의 일환으로 본보가 지난달 실시한 티켓 증정 이번트에 당선된 응모작을 게재합니다. 사연을 보내신 당선자 안현정 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는 18일(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세시봉 공연에 교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

지난 화요일 늦은 밤이었다
벨모어에 사는 아들의 수학 과외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선생님의 “저… 안녕하세요” 하는 목소리가 반가워서 “어머! 선생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우리 아이는 덕분에 학교 잘 다니고 있어요”하는데 선생님은 아주 급한 목소리로 다짜고짜 “저기 혹시 세시봉 티켓을 좋은 값에 살수 있는 데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네? 세시봉이요? (아! 나도 정말 가고 싶은 세시봉 콘서트) 글쎄요. (콘서트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예전에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그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났나보다) 아 네 선생님, 그런 말은 못 들어 봤구요, 단체 구매하면 DC가 있다고는 하던데요”(단체 구매하면 10% DC 받으니 티켓을 사지 않겠냐고 친구가 구매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기는 했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서. 흑흑.)

선생님은 “아 그렇군요” 하시더니 부인에게 “여보 잘 모르신대” 하시더니 “네네, 그럼 언제 다시 안부 전화 드리겠어요”하고 전화를 뚝 끊으셨다.

선생님, 뜬금없이 2년 만에 전화하셨는데. 말수도 없으신 분이… 사실 웃음이 터질 뻔했다. 선생님이 얼마나 세시봉이 보고 싶으셨으면 이 밤에 뜬금없이.

그러나 이내 50대 중반인 선생님이 추억여행이 하고 싶은 거란 생각이 드니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니 굳이 좋은 가격이 아니더라도 선생님은 티켓을 곧 살 것 같았다.
마음씨 좋은 선생님이 부인과 함께 해 저무는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향긋한 커피를 마시고 손을 둘이 꼭 잡고 세시봉 콘서트를 보며 아련아련 향수에 젖기를 바란다

남편에게 선생님 이야기를 하니 “자기, 나도 사실은 세시봉 가고 싶다”고 한다. “그래? 당신은 나훈아 좋아하잖아. 안 어울리는디”하며 화제를 피해 가려 했더니

“나도 알고 보면 분위기 있는 사람이야. 나도 세시봉 좋아한다고. 다음달이 우리 결혼 기념일이잖아”하며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며 강력하게 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다.

“내가 김세환 노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래서 자기가 사준 세시봉 CD를 차 안에서 매일 듣잖아”한다. 세시봉 음악이 너무 좋아서 몇 달 전 한솔 서점에서 한 세트를 사 계속 듣고 있는 중이었다. 교회 지인들에게도 몇 개 선물했다.

“그리고 나 김세환 형이랑 친분도 있다”고 한다. 웃음이 나와서 “형 이라고? 무슨 친분? 혼자만 아는 친분?”하니까 12살때 쯤 용문동 38번지 자기집 옆집에 김세환씨가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를 알 거라나. ‘맙소사, 40년이 지나 강산이 네 번 변했는데…’

김세환씨의 아버지가 매우 유명한 연극배우셨는데 아버지보다 갑자기 더 유명해져서 여학생들이 떼로 몰려와 싸인을 받으려고 집으로 자주 왔다는데 자신은 그 여학생들을 구경하려고 창문 틀에 늘 서성이곤 했다고 한다.
 
“김세환씨가 노래도 노래지만 입담이 얼마나 재미있다구, 정말 말을 재미있게 잘해서 콘서트 할 때 사람들이 배꼽을 뺀다잖아”

수학 선생님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 추억은 항상 아름답고 싶기 때문이다.

설사 아름답지 못한 추억이라도 지나온 세월들에 애정이 간다.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일까…

디지털 젊은 세대들의 빠른 음악이 보편화된 지금, 기성세대의 느긋한 아날로그 감성을 세시봉 콘서트를 통해서 느껴보고 싶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음악보다도 나의 지난 시간들을 추억해 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고단하고 밋밋한 이민 생활의 일상을 아름다운 세시봉 콘서트를 통해 잠시라도 달래보고 싶다.

안현정(소매업, 펀치볼 거주)
Posted by 팬더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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