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이지은] 살아있는 포크 음악의 전설


“고등학교 중퇴했지만 게임메이커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아들 결이가 자랑스럽습니다”

송창식의 라이프 스타일은 다른 사람들과 정반대다. 그는 새벽 5시쯤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오후 2시쯤 일어난다. 부인이나 아이들은 물론 그 누구도 오후 6시 이전에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다. 2시부터 6시까지 네 시간 동안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만의 시간이기 때문. 그는 이런 밤낮이 바뀐 생활을 30년이 넘게 해왔다.

“보통 2시쯤 일어나는데 6시까지는 방 밖으로 나가지를 않아요.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운동도 하거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냥 방에서 빙글빙글 돌아요. 그냥 한두 시간 정신없이 돌거든. 그거 참 좋은 운동이에요. 밖에 나갈 필요도 없고. 이런 생활 때문에 집사람을 하루에 한번도 보지 못해요. 1주일에 두세 번 보나. 허허.”

6시가 되어서야 슬슬 외출준비를 한다. 그리고 미사리의 카페 ‘록시’에서 공연을 한다. 처음에는 방송이나 대형공연장에서 포크가수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어 서기 시작했던 카페 무대. 하지만 요즘은 다시 포크공연이 활성화됐는데도 그만둘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가 그만두면 카페의 영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송창식 마니아들이 고정적으로 찾고 있기 때문. 인터뷰를 하던 날도 그는 미사리 카페에서 공연을 마치고 왔다.

송창식은 아내 한성숙씨 그리고 결, 무늬, 빛터 세 자녀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의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다. 아내는 비즈니스우먼. “어떤 사업을 하냐”는 질문에 그는 황당하게도 “몰라”라고 대답했다.

“집사람은 무슨 비즈니스 쪽에 관여를 하고 있는데 자세히는 몰라요. 나는 사업 같은 것에 관심조차 없거든. 아마 굉장히 중요한 비즈니스일 거예요. 우리 집사람은 보통 여자가 아니거든. 자기 캐릭터가 확실한 여장부야. 우린 완전히 생활의 패턴이 갈렸어요. 일어나서 활동하는 시간도 다르고. 그래도 멋진 집사람 덕분에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웃음).”

장남 송결씨는 스물네살의 건장한 청년이다. 그의 최종학력은 고등학교 중퇴.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교육이 의미가 없다며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황당하기야 했지. 하지만 아들의 판단인데 무슨 권리로 막을 수 있겠어요. 당시는 좀 불안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학교를 그만둔 것이 아들에게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학교를 그만둔 후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에 매달리더니 아예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더군. 우리 아들 이제 꽤 유명한 게임메이커예요(웃음).”

어릴 적에는 노래를 곧잘 불렀지만 음악쪽에는 관심조차 없다고 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그가 “가수가 될 생각 없냐”고 물었지만 아들은 “노래는 아버지대에서 끝내세요”라고 단호히 말했다고.

둘째 딸 무늬양은 패션 전문학원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 역시 대학진학을 보류했다. 대학보다는 패션디자인 실무를 익히고 싶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 자녀 모두 자유분방한 아버지의 성향에 영향을 받아서일까. 일반적 기준에서는 다소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아버지 송창식도 그런 아이들이 자랑스러울 뿐이다.

“결이는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일본말을 완벽하게 배웠더군. 참 지난해에 일본어 능력시험을 봤는데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1급에 붙었어요. 일본사람보다도 일본어를 더 잘해요. 인터넷 사이트에 게임 시나리오를 일본어로 올렸는데 일본기업에서 채택했다는 거 아냐. 물론 일본인이 만든 걸로 알았다고 해요. 셋째 빛터도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됐는데 형 따라서 게임을 하더니 2급에 붙었더라고. 대단하지 않아요? 허허.”

작곡에서 손을 뗀 지 10년이 지났다는 송창식. 책상 앞에 앉아서 새로운 음반을 내려고 서너번쯤 노력해 봤는데 ‘재미’가 없었다고. 그는 “우리는 사실 20만장을 목표로 음반을 만드는데, 요즘 20만장은 별거 아닌 걸로 생각해 자존심이 좀 상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적인 정서와 혼을 가장 호소력 있게 전달해온 음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을 존경하는 것은 단지 음악을 해서가 아니라 ‘좋은’ 음악을 하기 때문”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송창식. 그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지 여부는 아마도 대중의 손에 달려있을 것 같다.


송창식1집['75] - 02 꽃,새,눈물
 
Posted by 팬더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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